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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 [이탈리아 #3] 두오모 꼭데기에서. - 피렌체
 미쯔    | 2008·12·11 06:36 | HIT : 5,934 | VOTE : 1,940
 2002년 12월 4일 수요일


눈을 떴다. 아.. 몇시일까. 늦지는 않았을까. 손목시계를 보았다. 새벽 4시 반.


알람없이 못 일어날까 했는데, 이번엔 너무 빨랐다. 다시 잠을 재촉한다.


6시 20분 경에 다시 일어났다. 이것은 너무나도 놀라운 일이었다. 알람시계 없이도 이렇게 일찍, 원하는 시간에 일어날 수 있다니.. 생각해보면, ‘여행’이라는 것이 일상을 잠시 벗어나는 것일텐데, 나는 그동안 너무 ‘의식적인 기상’을 해왔다. 일찍 일어나면 일찍 일어난 대로, 늦으면 또 늦는대로, 여행에서만 즐겨볼 수 있는 ‘늘어짐’을 즐기지 못했던 것이다. 배낭의 분실이 이제 알람따위는 필요없는 여행의 시작을 만들어 주었으니, 이걸 고마워 해야 하나 어쩌나.


어젯밤 10시반에 급하게 잠자리에 드느라 미처 다 정리하지 못한 짐을 정리해야 했다. 곤히 자고 있는 다른 여행자들이 깰까봐  침실의 불은 켤수가 없어서, 주섬주섬 짐을 들고 화장실로 갔다. 화장실 불을 켜고 대충 짐을 정리한 후, 수녀님께서 주신 반팔티셔츠에 내 오리털 점퍼를 걸쳐 입고 꼭지발로 조용히 침실을 빠져 나왔다. 아직은 수녀님도 일어나시지 않으신 모양이다. 빈 로비의 탁자위에 다시 두고 가려고 빼놓은 물건들의 꾸러미와 수녀님께 남기는 감사의 쪽지를 올려놓고 수녀원을 나섰다. 이제 피렌체로 갈 것이다.


낮 12시 반. 피렌체에 도착하였다. 이제 작전을 잘 짜야 한다. 나는 오늘내로 로마까지 갈 것이다. 그 바쁜 와중에 중간에 피사도 들러서 ‘피사의 사탑’까지 볼 계획이다. 그렇다면, 피렌체에서의 일정은 겨우 두시간 반 정도. 우피치 미술관은 당연히 포기해야 할터이고, 결국 내가 피렌체에서 볼수 있는 것이라곤 고작 두오모와 두오모 꼭데기에서 보는 피렌체의 전경 정도가 될터였다. 물론 기차역에서 두오모까지 20분쯤 걸어가면서 보게 될 피렌체의 거리와 함께.


▲ 저기 두오모가 보이기 시작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가이드북에는 “누군가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것 중 하나가 두오모 꼭데기에 오르는 것이라 말했다‘고 적혀 있었다. 463개의 계단. 이미 발렌시아에서 미겔레떼 종탑의 좁아터진 207개 계단을 올랐던 경험이 있어 ‘비슷한데, 뭐 좀 더 길겠구만’ 이란 거만한 생각을 갖고 두오모를 오르기 시작했다. 어렵다니까 더 해보고 싶은 오기가 발동하기도 했다.


▲ 두오모 꼭데기로 오르는 계단

▲ 두오모 꼭데기로 오르면서 보게되는 조그만 구멍, 그 구멍을 통해 보이는 피렌체


(참고로 우리나라와 비교를 하자면, 상암동 하늘공원의 계단이 291개이며, 제주도 성산일출봉 계단수는 556개다. 463개가 세상에서 가장 힘든것 중에 하나라고 한사람. 너 누구냐. 곱게도 컸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사실 코웃음치며 거만떨 정도의 높이는 아니었다. 463개의 계단을 오르는 내 등위로 그 한겨울에 땀이 흐르는게 느껴졌다. 마지막 계단을 딛고 난후 물 한모금을 마시며 꼭데기 벤치에 앉아 잠시 쉬고 있자니, 두오모 꼭데기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알싸하게 땀이 식어갔다. 나는 한동안 그렇게 앉아있었다.


그리고 바라본 피렌체. 아... 저 구석구석을 내가 걸어보지도 못하고, 이제 나는 피사로 가는구나.


(당시만해도 나는 피렌체의 두오모 보다도 피사의 사탑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욕구가 더 컸었다.)

 


▲ 두오모 꼭데기에서 바라다 보이는 피렌체 전경과 지오토 종탑



애써 올랐던 463개의 계단을 다시 내려와 두오모 광장에 있는 산 조반니 세례당의 동문에 있는 ‘천국의 문’을 슬쩍 한번 보고나서, 시간이 조금 남길래 여전히 아쉬움이 많이 남는 피렌체의 시내를 조금 걸었다. 그러다 가방가게나 속옷가게가 눈에 띄면 한번씩 둘러보면서, 만져도 보고 가격도 비교해 보았다. 무언가를 사면 짐이 될까봐 쇼핑에는 전혀 관심이 없던 나의 예전 같으면 생각지도 못할 행동이다. 이젠 뭔가 반드시 사야 하는게 있다보니, 이제 여행중 쇼핑의 묘미까지 즐기게 됐네 그래. 이것 역시 잃어버린 짐 ‘덕’이라고 해야 하나 어째야 하나. (이때 이후로 나는 내가 꽤 ‘긍정적’인 사고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 성서의 창세기 이야기를 10개의 부조로 구성했다는 '천국의 문'



기차역으로 가는 길에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길래, 그 맛있다는 이태리 아이스크림을 처음으로 하나 사 먹으면서 걸었다.

어허.. 이거 이거... 쫀득 쫀득 하니, 정말 명성 그대로 일세.
(아직까지 내 기억에 이날 먹은 아이스크림이 내 평생 먹은 아이스크림중에 가장 맛있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피사행 기차를 탄다.






(나는 이후 2007년 7월. 다시 한번 피렌체로 갔었다. 그때는 물론 우피치 미술관도 갔었고, 뽄떼 베키오도 건너보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나를 다시 잡아 끌었던 것은 두오모 꼭데기였다. 나는 다시 한번 463개의 계단을 올랐고, 그 꼭데기에 주저 앉아서 한참을 머물렀다. 그리고 그곳에서 한없이 울었었다. 왜 그렇게 눈물이 그렇게 났는지 아직도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그곳에 다시 갈수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었다.)

장 정자
4년뒤의 모습이 훨씬 더 baby face 라니... 또 가고싶다 나도.....

08·12·11 20:18 수정 삭제

미쯔
하핫. 제 DNA가 사실 조금 축복받은 듯은 합니다만, ^^; 사진이 가깝지 않아서, 4년동안 생긴 주름살이 제대로 안나왔네요. ^^

08·12·12 18:22

전광길
저는 피렌체에서 축구 보고 싶어요... 무투, 질라르디노, 그리고 골키퍼 프레이~~~ 혹시 축구장은 들리지 않으셨어요?

08·12·15 13:08

미쯔
저는 축구에는 별 관심이 없어서, 이탈리아 여행중에 축구장은 한번도 안가봤네요. ^^;

08·12·15 15:03

비더윤즈
아. 수녀님 도움없이 일어나셨군요!
두오모 꼭데기의 동구란 모양으로 보이는 풍경은 참으로 아이러니 합니다. ㅎㅎㅎ
아름다운 피렌체 전경 앞에 빠큐를 날리는 오지창 이라뇨 +ㅁ+ ㅋㅋㅋ

08·12·17 14:00

미쯔
기발한 상상력이네. 저기서 빠큐를 떠올리다니..ㅋㅋ

08·12·17 19:35

양지연
아 저두 저렇게 같은 장소에서 찍은 사진 가져보고 싶어요. 전 종탑만 올라갔었는데 다음엔 꼭 두오모 가고파요~

08·12·19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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