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여행이야기, 사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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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 [이탈리아 #8] 대화 - 로마 ④
 미쯔    | 2009·07·28 17:47 | HIT : 22,117 | VOTE : 2,281

2002년 12월 7일. 로마. 민박집.

민박집 일하는 아주머니의 “아침식사 하세요” 소리에 잠이 깨었다. 아침을 먹고, 세수까지 했지만, 그동안 쌓인 피로는 나를 다시 침대로 불러들였다. 다시 잠이 들었다가 눈을 떠보니 오전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 그리스 아테네로 넘어가기 위해 오늘 bari행 야간기차를 타야 하는 내게는 오늘 하루가 로마에서의 마지막 시간이었다. 그러나, 피곤때문인지 무엇을 보러 나간다는 자체가 귀찮아 지는 하루. 어차피 그리스를 마지막으로 곧 터키로 넘어가야 하는데, 가이드북을 모두 잃어버렸으니, 인터넷으로라도 터키여행자료 좀 찾아봐야 하겠고.....


나는 컴퓨터앞에 앉았다. 오랜만에 메신저도 켜놓았더니, 반가운 이들이 말을 걸어왔다. 예전 직장 후배 두명이 이번에 회사를 그만두고 한달짜리 유럽여행을 한다하며 이것저것 물어왔다. 야간기차는 어떻게 타느냐, 쿠셋이란게 뭐냐. 영어도 잘 못하는데, 쿠셋예약하려면 창구에서 뭐라고 말해야 하냐. 등등의 질문들. 그래, 나도 처음엔 어렵게만 느껴졌던 것들이지. 쿠셋 예약 어떻게 하냐고? 두 단어면 되지.

 

“쿠셋, 플리이즈!”

 

후배들이 깔깔 거린다. 그렇게 쉬운거였냐고.


저녁식사를 한후에도 나는 계속해서 컴퓨터 앞에 앉아 자료검색에 열중했다. 오늘밤 야간기차를 타기전까지 터키여행에 대해 최대한 알아낼수 있는 정보들은 적어둬야 한다. 아테네의 호스텔에서는 인터넷사용이 여의치 않을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이번엔 옛직장의 개발팀에서 근무하던 B대리가 메신저로 말을 걸어온다. 오랜만의 안부를 서로 나누고 옛이야기를 조금 하는데, B대리는 내가 퇴사한 후 강남의 어느 전철역에서 나를 멀리서 본적이 있다 했다. 그때 나의 모습은 조금 위태로워 보였고, 술을 좀 마신것 같았다는 얘기를 덧붙였는데, 나는 기억이 나질 않았다. 하긴 술을 마셨을수도 있고, 강남 근처 어느 전철역에 서 있을수도 있었을것이다.(머... 이런것은 흔한 상황이니까) 근데, 위태로워 보였다고?  내가 기억나지도 않는 모습을 누군가가 그만의 시각으로 기억을 하고 있다라는 것이 묘한 느낌을 주었다. 나는 왜 당시 위태로워 보였을까?


대화가 끝나고 다시 나는 정보검색에 열중했다. 야간기차 시간이 다가오고 있어서 마음은 조금씩 급해지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오늘 아침에 이 민박집에 체크인한 20살 남자애가 내 등 뒤에서 자꾸 말을 걸어왔다. 아침 식탁에서 내가 “학생이냐?” “일하냐?” “어디사냐?”등을 물어봤을때 대충대충 성의 없이 얘기하던 그 애. 그의 그러한 반응에 나도 더 이상은 아무 것도 묻지 않았었다. 그저 어린나이에 불가리아니, 루마니아니, 일반인들이 잘 가지 않는 여행지까지 많이 다녀왔다길래, ‘이녀석은 왜 여행을 할까?’ 라는 의문이 들어 몇가지 질문을 던져보았던 것이었는데, 역시 이녀석은 정확히 대답하지 않았었다.


근데 이번엔 이 녀석이 나에게 먼저 말을 걸어온다. 사실 자기는 한국사람들에게 자기 얘기를 잘 안하지만 나한테만 얘기하는 거라면서. 아마도 이녀석한테 나는 한국인으로 보이지 않나보다. --;


이 친구는 프랑스 외인부대였다. 그래, 파리에서도 그런사람 몇을 민박집에서 만났었지. 나는 외인부대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그들은 그들의 신분을 밝히는 것을 좀 꺼려했으며, 슬쩍 들은 바로는 그 생활이 아주 힘겹다고 들었다. 그랬구나. 그러면서 그 녀석이 덧붙이는 말이, 내가 아침에 물었던 ‘왜 여행을 하느냐?“란 질문에 대해 자기가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생각해보니 자기도 궁금하더랜다. 그러고 보니 자기가 너무 별 생각없이 여행을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면서, 이런저런 얘기들을 귀찮을 정도로 계속 이어나간다. 아무렇지도 않게 툭하니 던진 내 질문이 이녀석한테 많은 생각을 하게 했구나 생각은 들었지만, 인터넷 검색에 여념이 없던 나는 그녀석의 말을 다 들어줄수가 없었다. 시간만 많이 있었으면 그녀석의 말벗이 되어 주고도 싶었으나, 나는 정말 시간이 없었다. 결국 이 친구는 그러다 잠이 들었으며, 나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마지막까지 정보를 긁어 모은 후 민박집을 나섰다.

 

밤 12시. 바리행 야간열차를 탔다.

비더윤즈
가끔씩 남들이 보는 제모습은 어떨까 무지 궁금합니다.
옛날에는 대놓고 물어보고 다녔는데 그런건 물어보면 사실 해줄말이 없는지라.. ㅎㅎ
우연히 지나가는 모습을 제가 아는 누군가가 보고 그걸 얘기해 주는것이 가장 정확한듯 +ㅁ+

09·08·19 16:54

지브란
맛깔스러운 문장들이 그때 상황을 어렴풋이 느낄수 있게 해주네요...
특히 그녀석이 ... ^^

14·07·04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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