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여행이야기, 사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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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 [스페인 #9] 분실 - 바르셀로나에서 니스로 가는 기차안 ②
 미쯔    | 2008·08·08 01:41 | HIT : 20,740 | VOTE : 2,046

[스페인 #8] 분실 - 바르셀로나에서 니스로 가는 기차안 ① 편에서 이어지는 두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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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12. 2. 새벽 1시~2시 사이

 

나는 서둘러 흡연칸이었던 앞칸으로 가보았다. 마주보고 앉은 3명의 서양 청년 여행객들이 보였다. 나는 다짜고짜 그들에게 나의 빨간배낭의 행방에 대해 다급하게 물어보았다. 그들은 자기들 쪽으로는 아무도 지나간 사람이 없다고 했다. 나는 다시 내가 있던 칸으로 돌아와서 허겁지겁 반대칸 쪽으로 향했다. 내가 타고 있던 칸이 끝나갈 때쯤 나는 한쪽 좌석에서 책을 읽고 있는 내 또래로 보이는 서양 여성을 발견했다. 나는 그녀에게 다시 다급하게 내 배낭의 행방에 대해 물었다. 그랬더니 그녀가 대답한다.



“아.. 아까 아랍인처럼 보이는 5~6명의 남자들이 기차가 정차했을때 우르르 몰려 타더니, 빨간색 배낭을 메고 다시 내리는 것을 봤어. 하지만, 나는 그게 누구 것인지는 몰랐지.”



누구 것인지는 몰랐지. 누구 것인지는 몰랐지... 누구의 것인지는 몰.랐.지........



내꺼야. 그거......

내꺼... 내꺼... 미쯔꺼..... T.T

내가 한국 떠나기 직전에 남대문 시장 등산용품 점에서 큰 맘먹고 산거... 그거.... 내 빨강배낭....



마침 기차 차장이 다가왔다. 나는 일단 차장에게 사정 얘기를 해보았다. 차장은 알았다며 자기를 따라 오라고 했다. 그렇게 나를 대동한 채 그는 기차의 다른 칸칸을 돌아다니며, 여행자들을 검색했다.



“아니요. 아니요.... 기차안에 없구요. 누가 봤는데, 이미 누가 내 가방메고 기차에서 내렸대요. 내렸다구요.”



차장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머.... 그렇다. 당연히 난감하다. 어쩌라고. 그래서 어쩌라고.

이미 내려버렸다는 도둑넘을 기차 차장 보고 어쩌라고. 이제 기차는 다시 막 떠나야 하는데 어쩌라고.... T.T


기차는 다시 움직였다. 아.... 배낭과 내가 점점 멀어지고 있다. 어찌해야 하는가. 아....어............




머리는 멍하고, 가슴은 콩딱 콩딱 뛰었다. 혼자라는게 무섭기도하고, 그 어떤 판단도 서질 않았다. 어느 누구를 잡아서 의논이라도 해야 할 듯 했다. 아까 가봤던 흡연칸으로 갔다.


아까 보았던 선한인상의 서양청년 3명이 앉아서 담배를 피워물고 자기들끼리 이런 저런 얘기들을 하고 있었다.



“저기... 저도 여기 잠깐 앉아서 담배 한 대만 피워도 될까요?”



여행중에는 길을 물을때 빼고는 낯선 이들에게 말을 잘 걸지 않는 편이었지만, 아까 내 배낭의 행방을 물어봤을때 그들이 내게 보여주었던 걱정스러운 표정을 기억하고, 용기를 내어 물었다. 그들 역시 내 모습을 기억하고는 흔쾌히 앉으라고 옆자리를 내어 주며, 담배에 불을 붙여 주었다.

 


“가방은 어떻게 됐어요?”


“아.. 예... 아까 정차했던 역에서 아랍인 4~5명이 내 가방을 들고 내리는 것을 누가 봤다네요. 그래서 말인데, 다음역에서도 내려서 다시 되돌아 가 볼까 어쩔까... 아.. 잘 모르겠어요. 사실 배낭안에는 돈도 없고, 제 옷가지나 책들, 침낭, 그런것들 뿐인데, 그 넘들이 역사내 화장실 같은 곳에서 가방을 열어보고, 별게 없으면 그냥 버리고 갔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아마도 그럴 일은 없을거예요. 그런 놈들은 프로거든요. 절대 역 근처 화장실에서 가방을 열어보지 않을거예요. 이미 자신들의 아지트로 가지고 갔겠죠. 그리고,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가방을 찾던 못찾던 지금 새벽 2시가 다 되어 가는데, 거기가 어딘지도 모르면서 혼자서 어떻게 하실려구요. 그냥 가던 길을 계속 가시는게 나을 것 같은데요.”



얘기를 들어보니, 이 청년들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 돌아가 본들 가방을 찾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도둑넘들을 찾았다고 해도 여자 혼자 그 새벽에 그들과 대적하여 무슨 좋은 일이 생기겠는가. 받아들이기는 힘들었지만, 빨간배낭은 이미 나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



“그런데...... 여행중이신가 본데 어디서 오셨어요?”


“우리는 캐네디언이예요. 유럽여행 중이죠.”


“아.. 캐나다요. 저도 거기 6개월쯤 있었는데.... ^^; 캐나다 어디서 오셨어요?”


“에드먼턴 이라는 도시요.”


“아.. 에드먼턴. 알아요. 저도 가봤어요. 1박 2일밖엔 못했지만, 캐나다 있을때 가봤어요.”


“아.. 에드먼턴을 아시네요.^^  근데, 어디서 오셨어요?”



하면서 우리는 대화를 이어갔다.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채 횡설수설 하였지만, 나는 그 순간, ‘배낭 분실’에 대한 것을 잊기 위해, 누구와라도, 무슨 얘기라도 막 헤대고 있어야 했다.


나는 그렇게 그 자리에서 담배 한 개피를 태우며, 얘기를 조금 더 나눈 후, 다시 내 자리로 돌아왔다.


남아있는(?) 작은 배낭을 꼭 끌어안고 억지로 눈을 감았다. 그러나 잠이 오지 않았다. 자꾸만 잃어버린 내 빨간 배낭이 눈앞에서 아른 거렸다.

얼마의 시간을 더 뒤척이다 결국 잠을 이루지 못한 나는 다시 흡연칸으로 가서 담배 한 개피의 연기를 한숨과 함께 더 날려보낸 후에야 비로소 그 악몽같은 기차안에서 겨우 잠들 수 있었다.

비더윤즈
와- 그래도 담배라도 있어서 다행;;

08·08·20 11:32

plus one
ㅋㅋㅋㅋㅋ 담배라도.. 정말 다행이에요 담배라도 없으면 정신적공황이 더 오지 않았을까요? 그래고 외국인과의 대화는 거의 반말로 얘기한다 생각하는데 존대말 표현이 ㅎㅎㅎ 흥미롭군여............ ㅎㅎㅎ

08·08·23 20:35

미쯔
내가 좀... 예의 바르잖아? -,.- 영어 대화시 익스큐즈미, 플리이즈, 쌩유 작렬.

08·08·25 21:38

istmax
미쯔.... 무슨 얘기라도 막 헤대고...XXXX ~~~ 해대고...ㅇㅇㅇ ㅋㅋㅋㅋ

08·09·06 05:57 수정 삭제

이언
이럴 때 필요한 게 담배... 공감합니다. 그 패닉-

14·04·2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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