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여행이야기, 사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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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 [스페인 #8] 분실 - 바르셀로나에서 니스로 가는 기차안 ①
 미쯔    | 2008·07·30 13:47 | HIT : 20,482 | VOTE : 1,897

삶에 있어서 ‘막막함’이라는 것은 통상 어느 나이에 처음 느껴보게 되는 걸까. 이런 통계적 수치를 조사하며 ‘시간을 낭비’ 해 줄 고마운 사람이 있다면, 이글에 출처 밝히고서라도 감사히 써먹어 보고 싶은데.

어쨌든 나란 사람은 나이 서른에 그 첫 ‘막막함’을 느끼게 되는 경험을 했었다. 모든 것은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치부할 수 있다라는 걸, 지금의 나이에 와서는 상식처럼 알게 됐지만, 그런 것들을 알 수 없었던 어린 날에, 그것도 혼자 떠난 여행길에, 갑작스럽게 만나버린 ‘어퍼 컷’ 한방. 드디어 맞닥뜨린 내 생애 첫 ‘막막함’에 대한 이야기.

2008. 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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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12. 1. ~ 2002. 12. 2. 새벽

발렌시아에서 바르셀로나로 오자마자 나는 허겁지겁 맥도날드로 향했다. 발렌시아에서의 5일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행복한 기억이었지만, 베지테리언들과 함께했던 발렌시아에서의 5일은 평범한 식습관을 가진 미쯔에겐 육식 본능에 허기질 수 밖에 없는 시간이기도 했다. 가난한 배낭 여행자에게는 기껏해야 맥도날드 햄버거였지만, 그것도 고기랍시고 뱃속에서 살살 행색을 해대었다. 정신적, 육체적 충전 완료. 이제 다시 혼자 떠날 준비가 되었다. 아.. 나는 이제 파아란 지중해의 해변이 기다리는 니스로 갈 것이다!

바르셀로나 역내의 카페테리아에서 기차에서 먹을 간식거리로 몇 종류의 빵과 생수 한통을 산후 야간기차에 올랐다. 니스까지의 여정에서는 기차를 한번 갈아타야 했으므로, 밤 10시경 이름도 잘 안 외워지는 어느 기차역에서 내렸다. 11시 25분에 다시 떠난다는 니스 행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그 이름 모를 플랫폼에서 네 명의 한국인 여행자를 만났다. 우리는 기차를 기다리며 이런저런 여행에 대한 얘기를 나눴고, 특히 여행 중에 기차 안에서 짐을 도둑맞는 경우에 대해 자기가 아는 모든 에피소드들을 공유하며 서로 웃.었.다. (모든 사건에는 복선이 있기 마련이다.)

니스 행 기차가 플랫폼에 도착하자 우리는 각자 예약된 상황에 맞게 뿔뿔이 흩어졌다. 세 명이 일행이던 팀은 쿠셋(침대형)칸으로, 다른 한명의 단독 여행자는 2등석 좌석이 있는 칸으로, 그리고 나는 1등석 좌석이 있는 칸으로..

나의 1등석 기차 안은 굉장히 환하고, 깨끗하고, 쾌적했다. 내가 탄 칸에는 승객도 두세명 밖에 보이지 않았고, 의자도 널찍하니, 나같이 ‘짧은’ 사람은 옆좌석에 사람만 없으면 의자에 길게 누워 발 뻗으면 침대다. 경비를 좀 절약해 보자고 쿠셋 예약을 하지 않았는데, 머 이정도면 돈 안내도 침대칸인 셈이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어떤 경우에도 나는 기차를 타게 되면 가장 먼저 배낭을 좌석위 짐칸에 올려놓고 체인형 자물쇠로 배낭과 짐칸의 쇠봉을 연결해 잠궈놨었다. 화장실을 한번 다녀올래도 배낭을 지켜줄 일행이 없으니, 배낭을 잃어버리지 않게 가이드북에 나온 주의사항대로 항상 지켜오던 수칙이었다. 근데, 이넘의 기차가 너무나도 최신식이다. 너무나도 훌륭하여 모든게 ‘일체형’이다. 체인을 걸수 있는 그 어떠한 ‘봉’도 ‘의자다리’도 없다는 얘기다. (여기서 불안한 두번째 복선이 깔리기 시작한다.)

할 수 없이 큰 배낭을 창가쪽 의자 위에 두고, 나는 배낭을 호위하듯 그 옆 복도쪽 옆좌석에 앉았다. 밤이 깊어가기 시작하니 슬슬 졸음이 몰려왔고, 어떻게 하면 더욱 편안한 자세로 잠을 청할 수 있을까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1. 큰 배낭을 창문쪽 의자 위에서 의자밑으로 내려 놓는다.
2. 창문쪽 의자에 내가 앉고 창문을 등져 기댄다.
3. 발을 복도쪽 옆좌석 위로 올려 길게 뻗고, 거의 눕다시피 한 포즈를 만든다.
4. 배위에 조그만 배낭을 올려 놓는다.
5. 입고 있는 겨울파카를 벗어 이불처럼 덮는다.

완벽하고도 편안한 잠자리가 마련이 되자 나는 이내 잠이 들었다. 간혹 인기척이 나는 느낌이 들면 본능적으로 실눈을 뜨고, 옆에 있는 빨간 배낭이 잘 있는지를 째려 보았다. 그렇게 다시 잠이 들었다가, 잠깐 실눈뜨고 배낭을 확인했다가, 다시 잠이 들었다가, 빨간 배낭 확인하고, 다시 잠들고, 빨강색 확인하고, 잠들고, 빨강, 잠, 빨강.... 잠.................빨.., 어? 빨강? 빨강! 빨강 어딨어!!!!!!

보여야 할 빨간색이 시선에 잡히지 않는다. 후다닥 일어났다.

없다. 의자앞에 놓여있어야 할 나의 빨간 배낭이 없다. 아마도 머릿속이 하얘진다는 것은 이럴때 하는 말일 것이다. 잠깐 동안 ‘얼음’ 상태로 있다가, 갑자기 ‘땡’신호 받은 사람마냥 나는 허둥지둥 배위에 놓여있는 작은 배낭을 양어깨에 들쳐메고 기차안을 둘러보았다. 기차는 중간역에서 정차중이었으며, 내 손목시계는 새벽 1시 1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 상황이해를 돕기위해 왠만해선 절대 안그리는 그림을 한번 그려봤다. 웹디자이너라고 다 그림을 잘 그리는건 아니다.

비더윤즈
만약, 빨강배낭도 임산부처럼 배위에 올려 파카로 덮었다면??!
만약, 1등석 좌석이 아니라, 2등석 좌석이었다면??!
역사에 만약이란 없듯이, 요것도 만약이란 없군요. ㅠ.ㅜ
아아,, 이집트 카이로서 지하철안 소매치기 당하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ㅁ<

08·08·02 16:48

plus one
빨강배낭을 베게삼아 잤다면?? 고개가 아팠겠군여............. 질질 흘리고 다닌 기억은 많으나 도난의 기억을 없네요 으하하하

08·08·03 02:14

미쯔
동물원의 '다시 꿈을 꾸기 시작한 의미일까' 라는 노래 가사에 이런 얘기가 있는데, '우연은 결국 필연의 또다른 모습..'이라고. ^^

08·08·02 23:29

이언
음- 여행하며 놓치거나 잃어버리가 잊어버리는 일들이 생기는 건... 더 좋은 경험을 하기 위해서 구나... 라고 나중엔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14·04·21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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