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여행이야기, 사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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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 [스페인 #7] 나는 나쁜 년이다 - 발렌시아 ⑥
 미쯔    | 2008·03·26 04:05 | HIT : 21,008 | VOTE : 1,801
2002년 12월 1일 일요일.  발렌시아를 떠나는 날.

오랜만에 아침일찍 일어나 부스럭대는데, 그 소리에 돌돌이 같이 깨었다. 나는 준비가 다 되있었고, 마지막으로 모닝커피를 한잔 마시는 중이었다. 짐을 꾸리는 나를 보며 돌돌이 말했다.

“나도 여행가고 싶다.”

그녀는 인도에서만 3년 정도를 지냈을 정도의 베테랑 여행자였다.

“나는 여행에 지쳤어.”

라고 얘기하던 그녀였다.

그런 그녀가 오늘 나의 짐꾸리는 모습을 보며 “여행가고 싶다”는 말을 한다. 여행은 그런건가 보다.

굳이 나오지 말래도 역까지 바래다 주겠다며 꾸역꾸역 옷을 챙겨 입는 돌돌과 함께 집을 나섰다. 이른 아침 발렌시아의 공기는 상쾌하였다.

발렌시아 역에서 처음 만났던것처럼 돌돌과 나는 그렇게 작별인사를 하였다. 그리고... 나는 기차에 올랐다.

이상하였다.  
발렌시아에 온 첫날밤. 그렇게 밤에 도착해 하룻밤을 보내고, 다시 아침에 기차를 타고 떠나는 그런 느낌. 5일의 시간이 하루처럼 느껴지던 시간.



(나는 그렇게 돌돌과 마지막 인사를 했고, 그 이후 우리는 내 여행기간 중에, 또 내가 완전히 한국으로 귀국한 후까지 몇 번의 이메일을 주고 받았다. 그때 들은 소식으로 돌돌은 후에 후왕호와 드디어 결혼을 했으며, 여전히 발렌시아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 새로 이사한 집에는 항상 나를 위한 방이 준비되어 있으니, 언제든지 오라고도 했었다. 마지막 연락이 끊겼던게 2003년 11월이니 사실 그녀가 아직도 발렌시아에 살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오늘 내 메일함을 다 뒤져서 그녀와 주고받았던 메일들을 다시 꺼내어 읽어 보았다. 내가 중간에 저장해 놓지 않은 메일이 있는지도 모르지만, 메일의 앞뒤가 모두 연결되는 걸로 봐서, 모든 메일이 그대로 남아 있는듯 했다. 그녀가 보낸것이 3통, 내가 보낸 것이 2통. 마지막으로 내가 답장을 보내지 않으면서 연락이 끊겼나 보다.

후......
나는........ 나쁜년이다.
정말 나쁜년이다.

이 글을 올리고 나서 나는 그녀에게 5년만에 답장을 보내보려 한다. 그녀의 이메일 주소가 아직 그대로 인지, 그녀가 아직 나를 기억하고 있는지는.......

.....자신이 없다.)




[돌돌의 첫 번째 편지]
제목 : 스페인을 기억하시는지 (2003년 5월 5일)


안녕? 미쯔?

돌돌이야. 잘 여행하고 있는거니? 몹시 궁금하다.
터키를 거쳐 인도를 무사히 잘 간 듯하고 지금은 벌써 5월 인도의 어느 하늘아래에서 무더운 땀을 흘리고 있을 테지...
어디로 어디로 그렇게 가고 있는지 모르겠구나. 지난 번 많은 대화를 못 나눠 섭섭하다.
항상 떠나간 이의 뒷자리를 보면 더 잘해주지 못한 것 같아 아쉽기도 하단다.
그래도 미쯔양은 항상 꿋꿋하고 아름답게 잘 나아갈 수 있을 거에요.
먼 곳에서 한 사람을 만나면 일상에서 그냥 스치는 이여도 그곳에서는 그 이가 누구인지 무엇을 꿈꾸고 있는지 참 궁금한 법이니
먼 곳에서 만나 아직도 그리운 이가 당신이 아닌 듯 하군요.

난 작년 미쯔양이 떠나고 난 후 강도사건을 만나 고생을 많이 했다우.
미쯔양의 메일 주소도 당신의 홈페이지를 어렵게 찾아 지금 쓰는 거라우.
물론 지금은 한국. 6월 초에 다시 스페인으로 간단다. 후안호와 결혼을 하였지.
암튼 지금 어느 곳에 있는지 몹시 궁금해요. 다음에는 스페인 오셔서 한 달여를 푹 쉬다 가시면 좋겠소.
지금 이사를 하여 미쯔의 방은 항상 마련되어 있으니 꼭 오면 정말로 맛나는 것 많이 해주고
또 같이 이곳저곳 산으로 들로 가이드를 해드리죠.

당신의 길 위에 분명 좋은 이들 많이 만날 것입니다.
당신은 자유로운 영혼. 아름다운 이.
당신이 길 위에서 무엇을 보고 배우고 슬퍼하고 아파하고 즐거워했는지는 모르지만
그 애틋함은 바람을 타고 저에게 전달되는군요.
이제... 서서히 발길이 어디로 향하는지 그것이 당신 안에 자리잡혀가고 있을 듯도 하군요.
많이 아프지 말고 신선한 바람 크게 몰아쉬고 또 아름답게 신발끈을 메고 룰루랄라 그곳으로 향하세요.

무돌돌



[미쯔의 첫 번째 편지]
제목 : [RE]스페인을 기억하시는지. (2003년 5월 5일)


안녕, 돌돌~!
어떻게 내가 스페인을 잊을수가 있을까.
아침에 눈을 떴을때 보았던, 거실바닥까지 드리워 졌던 창문으로 부터의 햇살, 새파랬던 하늘.
그리고, 당신, 후앙호, 카를로스, 그외 또 당신의 발랄한 하우스 메이트들...
가끔 여행중 스페인에 있었던 일들을 여행자들과 이야기 하게 될때가 있지.
머라구 얘기할거라구 생각해?
자기두 나를 만난 이후 강도사건을 만났다는데,(물론 지금은 괜찮겠지?)
나도 사실, 자기 집에서 나와 바르셀로나로 가서, 그날 밤기차로 '니스'로 가는데, 그 야간기차 안에서 나의 빨간 배낭을 도둑 맞았다네.
물론 다행히 돈이나 여권등의 중요한것들은 모두 복대안에 있으니 괜찮았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게 내 몸둥아리 하나와 내 몸만한 빨간 배낭 하나였는데,
그 절반이 눈깜짝할 사이에 없어졌을때의 그 상실감이란...
과연 내가 스페인을 가지 않았더라면 배낭을 안 잃어버렸을까.. 하는 생각들.
그때 해보았지, 그러나.
여행자들과의 대화에서 내가 하는 이야기.
만약 신이 '나의 배낭'과 '스페인에서의 기억'중 하나만을 선택할수 있게 나에게 선택권을 준다면,
나는 당연히 후자를 택할것이다 라고.
그렇게 소중한 기억을 만들어 줬던 당신과 후앙호, 카를로스에게 이제껏 메일한번 보내지 못했음에
사실 예전부터 일종의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자기한테서 먼저 그쪽 소식을 전해 들었네. 미안.
그리고, 정말 축하. 결혼했구나. 행복하겠지? 후앙호에게도 꼭 축하한다는 나의 메세지를 전달해 주기를 바래.
그리고, 말도 안돼는 변명일지도 모르지만, 한국에 돌아가서 그때 찍었던 사진들과 함께 이메일을 보내려 했는데,
알다시피 아직도 여행중인지라 그동안 메일을 못보냈었노라고..

스페인 어느 한곳에 나의 방이 준비되었다는 당신의 이야기는 나를 너무나도 행복하게 만들어. 눈물이 날만큼.
나또한 당신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했음이 아쉬웠었는데, 언젠가 반드시 또 기회가 생기리라 믿어. 그러지 않을까?
당신이 6월초에 다시 스페인으로 돌아간다면, 한국에서의 재회는 이번에는 어렵겠지만.
계획했던것 보다 자신도 모르게 더 오래 머물게 되는게 인도라는 사실은  당신이 더 잘 알고 있겠지? ^^

당신의 글 마지막 메세지를 다시 되새기며 오늘 하루 시작하겠어요.
인도의 '쪼리'를 신고 있어서 바짝 묶을 신발끈은 없지만,
대신 머리를 한번 묶어 볼까요? 나마스떼.

- 인도에서 미쯔.



[돌돌의 두 번째 편지]
제목 : 어느 하늘아래.... (2003년 6월 6일)


미쯔.

지금은 어디쯤? 곧 다음 주면 출국하기에 이렇게 마음이 뒤숭숭하다.
준비한 것 아무것도 없고 또 미래가 걱정되는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어서 말이지.
그래도 잘 사는 것이 우리네들 목표 아니겠니? 그래 친구가 한 번 방문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다음에 스페인 올 때 푹 머물다 갈 생각하고 와야해? 3월에 아주 신나는 축제가 있는데 그때 오면 좋겠다...
그러나 아무때나 오면 대환영!!! (친구 무돌돌이가 너무 외로워서 그래-.-)

스페인 돌아가 세라믹 학교 입학 시험을 치뤄야하는데 걱정이다. 좀 어려울 듯 하네...
그리고 언어학교 등록하고... 이제 맘껏 공부할 수 있겠다. 3 년간 푹 공부나 해야지.
스페인어도 너무 재미있는데 말이지. 한국에서 책 한 장도 안 봐 다 잊어버렸다. 안타깝게도...
다시 시작해야지.

보고 싶네, 친구. 좋은 일 없나? 애인이 생겼다거나 하는...
자네의 소식 듣고 싶어. 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

돌돌이가.



[미쯔의 두 번째 편지]
제목 : 다시 11월. (2003년 11월 19일)


또 다시 11월이 왔네.

안녕? 무돌돌? 그간 잘 지냈는지. 너무 소식이 없어 혹 나를 잊지는 않았는지.
한국으로 돌아온지 넉달이 다 돼어가는 지금이야 지난 여행에의 사진들을 정리하며, 당신을 또 떠올렸지.
학교는 등록을 했을까? 스페인어는 많이 늘었구? 후왕호와 카를로스도 잘 있구?

나는 7월 7일 한국으로 귀국한후 고향인 제주도엘 내려가 한달을 푹 쉬었지.
다시 서울로 와서 일생에 과제로 여겨왔던 작업을 하고, 이제 서서히 마무리가 되어감에,
다시 그간의 여행기록들을 꺼내 추억해보는 중이야. 이제 다시 일도 시작해야겠지.

얼마전부터 내 홈페이지 mizzk.com 에서 내 1년 2개월간의 여행이야기를 풀어놓고 있어.
아직 스페인 이야기까지 가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일상이 무료해질때 한번쯤 방문해 심심풀이로 읽어보렴.
언젠가 당신 이야기도 등장할꺼야. ^^

5일간의 스페인에서의 추억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짧았지만, 결코 짧음으로만 치부할 수 없었던 그날들..
프라하에서 우연히 당신을 만났던것은 정말 행운이었다라고 생각해.

당신 사진을 정리해봤어. 총 12장이 나오더군.
메일에 같이 첨부하긴 하지만, 1메가가 넘어가는 용량이라 제대로 전송이 될지 걱정이 되네.
내 기억에 hotmail의 메일저장 용량이 그리크지 않음을 알고 있어서. 일단 첨부해.
혹시 도착하지 않았다면 다시 알려줘. 다른방법을 생각해보도록 할께.

당신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한국은 날씨가 추워지고 있어.



[돌돌의 세 번째 편지]
제목 : 스페인에서 (2003년 11월 23일)


안녕! 미쯔...

핫메일에서 되돌아온 메일을 복사해 다시 보내는 것임....

1년 2개월이라는 장대한 여행을 마쳤다구? 게다가 그 제주도에서 여행 후기를 맞았다고...?
아응, 멋지다... 보내준 사진 아주 잘 봤어... 작년 이 맘때가 함참 생각나더라...
지금 당신이 다시 이곳에 온다면 내 아주 기막히게 관광가이드 할 터인디...
왜냐구? 이제 스페인어도 어느 정도 통하겠다. 그동안 보아온 좋은 곳들도 많이 알았겠다...
스페인 요리도 잘 하겠다... 심심하지 않게 잘 해줄 터인데...
게다가 최근에 알게된 한국 여자아이랑 합작 해서 이곳저곳 같이 돌아다녀도 좋구...
해변에 가도 좋구, 좋은 공원에 가도 좋구... 게다가 후안호 차도 생겼겠다(일을 산림 감시원 비스무리꾸리한 일을 하고 이번 겨울 3개월은 무임금으로 쉰다네... 후안호도 지금 산림에 관한 공부를 하고 있어... 2년 코스로) 가까운 곳 여행해도 되고.... 에잉, 보고 싶다.

암튼, 돌돌소식을 간단히 전할게요...

돌돌은 세라믹대학교에 9월에 입학, 그리고 지금껏 열심히 다니고 있습니다. 여러운 과목들을 등에 업고 쩔쩔 매고 있긴 하지만 무엇인가를 다시 공부한다는 사실이 돌돌을 이토록 열정적으로 만들기에....
삶이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습니다요... 12월초에서 중순은 시험이고, 3개월마다 시험이 있지요. 6월 말에 학년을 끝내면 인도에 갈까 생각 중입니다요...

미쯔는 지금 서울에서 무엇을 하고 계시는지?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내년 3월 15일에서 19일까지 발렌시아에 거대한 축제가 있는데, 올 수 있음 정말 좋겠다...
나무와 종이로 거대한 인형을 수백개의 광장에 전시하고 밤에는 노래와 춤, 불꽃 축제가 펼쳐지지요.
밤마다 폭죽이 하늘을 장식하고 축제 마지막 날에는 그 인형들을 다 태운답니다.
발렌시아 전체가 불빛으로 변하는 기막힌 축제가 있는디... !

암튼, 날씨가 무척 쌀쌀해진 것 같으니 몸 조심하고....
맛나는 것 많이 먹고 우리 다시 만날 날을 기원하네... 친구...

돌도리가.

When you listen, all the universe considers to help you!!!

......................................................................................................


돌돌.  

고맙다.  
미안하다.  
그리고...  
너무 보고싶다. 친구.

우리.... 꼭 다시 만나자.



비더윤즈
이글 읽고 드는 생각. '후~나도 진짜 나쁜년이다' ;;;

08·03·26 11:33

빨강소파
돌돌씨 참 인상 선하게 생겼다. 참 이 여행기 쓰는 일... 인간승리로세. ㅎㅎ

08·04·14 19:47 수정 삭제

미쯔
인간승리..ㅋㅋ 작년 이맘때 생각나네. ^^. 언니의 격려가 정말 많은 힘이 됐었어. 항상 감사히 생각해. ^^

08·04·15 13:43

이언
아 돌돌... 얼마나 보고싶을까요... 서로가

14·04·21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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