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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 [스페인 #2] 이국의 아침 - 발렌시아 ①
 미쯔    | 2008·01·21 04:17 | HIT : 19,563 | VOTE : 1,711
 

발렌시아. 


내 가이드북에 단 한줄의 설명도 없던 도시. 그 전에도 이름조차 몰랐던 도시. 그래서 내 여정에 전혀 계획이 없었던 도시.


프라하 민박집에서 단하루를 만났던 친구 무돌돌이 사는 곳. 지금은 절대 잊을 수 없는 도시. 발렌시아.


바르셀로나에서 반나절동안 가우디의 흔적을 허겁지겁 챙겨보고나서, 저녁 7시 30분, 무돌돌(이하 ‘돌돌’이라 하겠다. 그녀의 full 닉네임은 ‘무돌돌’이었지만, 당시 내 일기장에는 그녀를 ‘돌돌’로 부르고 있다.)을 다시 만나기 위해 발렌시아행 기차를 탔다. 기차는 5분이 모자란 밤 11시에 도착했고, 남자친구와 함께 역으로 마중나오겠다던 돌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역사내 의자에 앉아 잠시 기다리고 있자니, 드디어 나타난 돌돌. 아주 오랜친구마냥 우리는 반갑게 인사를 했고, 그녀는 자신의 남자친구를 내게 소개시켜주었다. 당연히 한국인일거라 생각했던 그녀의 남자친구 이름은 ‘후앙호’. 스페니쉬 였다.


여러친구들과 함께 산다는 돌돌의 집에 들어서자, 그녀의 하우스 메이트들과 또 그들의 친구무리들이 정신없이 다가와 뺨을 부대기 시작했다. 도통 외워지지도 않는 자신의 이름을 말해대며 그들은 호들갑스럽게 인사를 했다. 정열의 나라 스페인이라더니, 정말 사람 정신 쏙 빼버리는 인사를 건네는 스페니쉬들. 인사가 끝나는가 싶더니 그 다음은 이미 돌돌이 만들어놨다는 미역국이 대령했고, 또 다른 친구가 만들었다는 오믈렛이 줄줄이 내 앞에 놓였다.
밤 12시도 넘어가는 시간. 발렌시아는 낯선 이방인 미쯔를 그렇게 맞이해주었다.


다음날 아침. 눈을 뜨자 맨처음 보았던 것은 창문 블라인드 사이로 여러겹의 새파란 하늘. 그 넓은 창 가득 통과한 햇살이 내가 자고 일어난 침대 위를 지나 바닥에까지 드리워지고 있었다.

▲ 미쯔의 공간이었던 침대가 있는 거실. 햇살이 들어오고 있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 보았다. 4층 높이의 창문을 통해 보이는 풍경은 빨래가 널려 있고, 안테나가 서있는 옥상들. 그런 옥상을 가진 낡은 건물들이 빼곡히 좁은 골목에 곡선을 그리며 줄서 있고, 햇살을 받아 황금빛으로 빛나는 그 건물들의 창가에는 간혹 새들이 앉아 있었다. 어느새 돌돌이 우유를 듬뿍 넣은 모닝커피를 들고 왔다. 한국을 떠난지 7개월이 다되어 갈 때 였지만, 나는 처음으로 ‘이국적’이란 수식어를 떠올렸다. 그 잊을수 없는 묘한 느낌의 햇살 가득한 아침.

 

▲ 창밖으로 보이던 발렌시아의 아침

그건 그렇다 치고.


‘오늘은 무엇을 할까. 아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다시한번 말하자면, 나는 발렌시아에 대해 아는게 하나도 없었다. 심지어는 어제 도착한 기차역마저 혼자서는 다시 찾아갈 수도 없었다. 그런 나를 홀로 남겨두고, 돌돌은 학원으로, 후앙호는 학교로 가버렸다. ‘저녁해놔’ 한마디 남긴채. 흠.


아. 물론 그들이 나를 그렇게 인정없이 매몰차게 버려뒀다는 얘긴 아니다. 대학원을 다니고 있던 후앙호는 아침일찍 수업을 들으러 갔었고, 돌돌은 낮시간 나와 시장도 보고, 점심으로 카레도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선 오후 스페인어 수업을 위해 학원으로 간 것이고.... 그들의 하우스 메이트인 변호사 베로와 대학생 롯사리오도 둘다 출근하고, 등교하느라 아침 일찍 나간터였고... 아침이 되어 해가 뜬것 처럼. 스페인의 일상이 당연하게 돌아가고 있다. 사실 나로인해 그들의 일상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너무나 고마운 일이다.


머.. 어쨌든 결과적으로 미쯔는 지도도 한 장 없는 발렌시아에서 어딘지도 모르는 어느 4층 건물에 혼자 남았다. 그리고, 그들을 위해 저녁을 해놓아야 하는 임무만이 남았다.


‘무엇을 만들까. 아니 무엇을 ‘만들 수’ 있을까...‘


‘화학조미료는 절대 안먹는 채식주의자들’을 위해 도대체 미쯔가 무얼 만들 수 있을까. 일단 주방으로 갔다.
여기저기 뒤적뒤적 거리다보니 당면이 나온다. 그래, 일단 하나는 되었다. 캐나다에서 갈고 닦은 실력으로 잡채를 만들자. 뚝딱 뚝딱. 또 뒤진다. 무우가 하나 나온다. 그래, 무우국도 끓이자. 뚝딱 뚝딱.....


원래 일정에 없던 도시라 하루만 머물고, 다시 떠날 참이었다. 그럴 참이었는데...


“어떻게 하루만 있다 갈수가 있어. 적어도 일주일은 있어야지!”


라며 나를 잡는 돌돌.


그렇게 얘기하고 돌돌은 다음날 다시 학원으로 갔고, 미쯔는..... 다시 주방으로 갔다.


잡채, 무국에 이어, 햄도 없고 케쳡도 뿌리지 못하는 피자까지.....
조미료 안먹는 이 까다로운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요리솜씨가 하루하루 늘어가던 2002년 저물어 가던 11월. 발렌시아.


나는 그렇게 5일을 발렌시아에 머물렀다.

▲ 요리하는 미쯔의 모습은 증거가 없다. 안믿어도 그만. 사진은 요리하는 돌돌.  미역국, 카레와 김밥, 참기름 듬뿍 들어간 고추장 비빔밥까지. 나를 위해 요리를 해준 돌돌에게 고맙고, 그것들을 잊지 않게 해준 나의 일기장에게도 고맙다.

그렇다고 미쯔가 집에만 있었느냐. 설마 그랬겠는가. 발렌시아에서 쓴 일기는 깨알같은 글씨로 11page가 넘는다.
발렌시아 집밖 이야기는 다음편에서.

토마스
세비야와 그라나라를 꼭 들리슈!!

08·02·06 14:04 수정 삭제

이언
ㅋㅋㅋ 맛있겠다. ^^

14·04·21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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